엄마 실격



요즘처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잡생각이 많아지는 때에는
늘 불안불안하다.

어제도 멍청하게 거울을 보며 이를 닦고 있었다.
멀리서 ‘엄마 같이 화장실 들어가!’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쪼르르 들어온다.
개구지게 웃으면서 욕조로 들어간다.
욕조에 물기가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이를 막지 않는다
아이가 첨벙첨벙 소리가 재미있는지 발을 동동 구른다.
위험한데, 저거 위험할 텐데…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자지러진다.
그때서야 현실로 돌아와보니 아이가 걷질 못한다.

오늘 진단을 받아보니 종아리뼈와 정강이뼈가 골절이다.
하루종일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고생한 아이는
무던한 성격 탓인지 병원도 의사도 깁스도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파란색 말고 초록색으로 감아달라고 한다.
“와! 다리가 엄청 단단해졌네! 그린 히어로네!” 하는 아빠의 말에 까르르 웃는다.

아이보다 내 행복을 우선시하겠다는 내 다짐이
이기적인 엄마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게 결국 같은 말이었나 싶어 어디 숨고만 싶다.

이런 날엔 엄마 실격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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