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오랜만에 대학교에 들렀다. 졸업한 후에 가끔씩 드나들었지만 매번 다른 감정으로 오게 되는 이곳이다.

이곳엔 행복과 슬픔이 공존한다.

배움의 희열과 좋은 친구, 선생님, 뜨거운 사랑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졸업하기 전 내 모습이 떳떳하지 못해서 학교에 오면 슬프다.

학교에서 얻을 건 다 얻었다는 오만과 길을 잃은 조급함때문에 쫓기듯 졸업했던 대학교 4학년. 그 때 나는 고작 스물둘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파스쿠치로 올라간다. 박사과정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10년의 간극을 무슨 말로 메울까 싶어 주문한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 돌아선다.

아주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아닐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익숙한 창문과 익숙한 옥상과 익숙한 계단과 익숙한 의자가 보인다. 잠시 앉아본다.

이렇게나 자연스럽지 못하다. 후련하게 학교에 들러 싱그러운 시절만을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영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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