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도둑, 나쁜 사람



할 줄 아는 욕이 없는 두 돌 반의 아기는

심한 장난을 치는 아빠에게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목소리로 호통을 치곤 한다.

“아빠는 도둑이야! 정말 나쁜 사람이야!!!! 늑대야! 늑대가 나타났다!”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순수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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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꿈



부모로서 우리의 꿈은 아이가 나중에 “엄마 아빠, 키워줘서 고생했습니다”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우린 너를 위해 희생한 게 없어, 우리를 성장시켜줘서 너에게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갖기로 마음 먹었을 때 우리는 아이보다 우리의 행복을 우선시하자고 다짐했다.

아직까지 나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순한 기질의 아이 덕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부담되고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 기간동안의 신체적 고통이 힘들었던 것 빼고는, 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별로 손해를 본 것 같지 않다. 물론 육아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거저 얻을 수는 없다.

언젠가 둘째를 갖고 싶을 수도 있다. 아이와의 하루가 순탄하게 지나가는 날에는 정말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판단 기준은 아마, 둘째가 생겨도 “우린 너희를 위해 희생한 게 없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도 출산 다음날 뛰어다니는 몸 상태가 될까. 바쁜 남편에게 눈 흘기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관계는 여전할까. 일은 계속 할 수 있을까. 내 몸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질투심이 많은 첫째에게 버럭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둘째는 아니야. 라고 한 마디로 일축하는 남편이 부럽고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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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실격



요즘처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잡생각이 많아지는 때에는
늘 불안불안하다.

어제도 멍청하게 거울을 보며 이를 닦고 있었다.
멀리서 ‘엄마 같이 화장실 들어가!’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쪼르르 들어온다.
개구지게 웃으면서 욕조로 들어간다.
욕조에 물기가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이를 막지 않는다
아이가 첨벙첨벙 소리가 재미있는지 발을 동동 구른다.
위험한데, 저거 위험할 텐데…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자지러진다.
그때서야 현실로 돌아와보니 아이가 걷질 못한다.

오늘 진단을 받아보니 종아리뼈와 정강이뼈가 골절이다.
하루종일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고생한 아이는
무던한 성격 탓인지 병원도 의사도 깁스도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파란색 말고 초록색으로 감아달라고 한다.
“와! 다리가 엄청 단단해졌네! 그린 히어로네!” 하는 아빠의 말에 까르르 웃는다.

아이보다 내 행복을 우선시하겠다는 내 다짐이
이기적인 엄마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게 결국 같은 말이었나 싶어 어디 숨고만 싶다.

이런 날엔 엄마 실격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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