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꿈



부모로서 우리의 꿈은 아이가 나중에 “엄마 아빠, 키워줘서 고생했습니다”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우린 너를 위해 희생한 게 없어, 우리를 성장시켜줘서 너에게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갖기로 마음 먹었을 때 우리는 아이보다 우리의 행복을 우선시하자고 다짐했다.

아직까지 나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순한 기질의 아이 덕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부담되고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 기간동안의 신체적 고통이 힘들었던 것 빼고는, 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별로 손해를 본 것 같지 않다. 물론 육아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거저 얻을 수는 없다.

언젠가 둘째를 갖고 싶을 수도 있다. 아이와의 하루가 순탄하게 지나가는 날에는 정말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판단 기준은 아마, 둘째가 생겨도 “우린 너희를 위해 희생한 게 없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도 출산 다음날 뛰어다니는 몸 상태가 될까. 바쁜 남편에게 눈 흘기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관계는 여전할까. 일은 계속 할 수 있을까. 내 몸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질투심이 많은 첫째에게 버럭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둘째는 아니야. 라고 한 마디로 일축하는 남편이 부럽고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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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퍼탈

아이는 쉬운 단어를 배우기도 전에
“부퍼탈” 과 “베를린 우반 트레인”을 말했다.

나와 남편은 경쟁적으로 아이에게 취미를 공유(주입?)하려고 노력하는데 공사장 vs 기차 대결에서는 내가 승리했다.

이제 두 돌이 된 아이는 여섯 달째 기차 놀이에 푹 빠져있다. 매일 원목 트랙을 만들었다, 부수었다, 선로를 스위치했다, 사고를 냈다, 수습했다 하면서 온종일 종알댄다.

어렸을 때 나는 모델 트레인을 좋아했다. 조금 큰 아이였을 때라, 지금 아이가 가지고 노는 원목 트랙 말고 금속으로 된 미니어처 트레인을 갖고 싶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알 수 없는 유럽어로 된 기차 잡지를 어느 서점에서 몇 권 구했던 기억도 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기차 수집에도 도전하고 싶었었다(그러다 아쿠아라이프로 덕질을 전환하지만 않았더라도…).

요즘은 아이와 1,000개의 탈것 이름 외우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크면 정말로 부퍼탈에 가서 현수식 열차를 타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함께 있을 때 지루하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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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실격



요즘처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잡생각이 많아지는 때에는
늘 불안불안하다.

어제도 멍청하게 거울을 보며 이를 닦고 있었다.
멀리서 ‘엄마 같이 화장실 들어가!’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쪼르르 들어온다.
개구지게 웃으면서 욕조로 들어간다.
욕조에 물기가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이를 막지 않는다
아이가 첨벙첨벙 소리가 재미있는지 발을 동동 구른다.
위험한데, 저거 위험할 텐데…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자지러진다.
그때서야 현실로 돌아와보니 아이가 걷질 못한다.

오늘 진단을 받아보니 종아리뼈와 정강이뼈가 골절이다.
하루종일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고생한 아이는
무던한 성격 탓인지 병원도 의사도 깁스도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파란색 말고 초록색으로 감아달라고 한다.
“와! 다리가 엄청 단단해졌네! 그린 히어로네!” 하는 아빠의 말에 까르르 웃는다.

아이보다 내 행복을 우선시하겠다는 내 다짐이
이기적인 엄마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게 결국 같은 말이었나 싶어 어디 숨고만 싶다.

이런 날엔 엄마 실격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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